[미디어펜=김준희 기자]"큰 그림만 있고, '어떻게'가 없다."
지난 16일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정부가 향후 5년간 270만가구 공급을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실행안이 없어 향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와 함께 이번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5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간 주도 공급 활성화 등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50만가구 등 향후 5년간 270만가구 공급을 비롯해 재건축 부담금 감면 및 안전진단 완화 등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15만가구 규모 신규택지 발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개통·착공,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2024년 중 수립, 청년원가 및 역세권 첫집 등 주거지원 프로그램 마련 등이 포함됐다.
다만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시기, 지역에 대한 언급은 별도로 없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토대로 세부 내용을 담은 후속 대책을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주도로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성은 그대로지만 세부적인 실현 방안이나 계획이 없어 현실적으로 270만가구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큰 그림은 그렸는데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 보니 소설 같은 느낌”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는 물음표”라고 평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제도 개선 등은 향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추가적을 발표될 예정이고 다수 대책들도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당장에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돼있어 이번 공급 대책으로 매수세가 회복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 내에 5년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50만가구의 경우 실효성이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연간 서울 입주물량이 2만가구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책 제시 없이 서울에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향후 용적률 상향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꼬집었다.
결국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을 경우 시장에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수석연구원은 “구체적인 부분이 나와야 수요자들에게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득이 가능한데, 설득에 실패하게 되면 추후 공급물량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며 “270만가구에 대해 수요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게 되면 정책 실패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내달부터 발표 예정인 후속 대책 내용에 따라 이번 대책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진형 공동대표는 “큰 그림의 방향은 맞지만 세부적인 실천 방안이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어렵다”며 “270만가구 공급은 민간에서 어느 정도 공급에 부응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좌우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수요자들이 구체적인 방향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짚었다.
윤 수석연구원은 “방향성은 여전히 규제 완화 쪽에 있다 보니 노후 주거단지가 밀집돼있는 노원이나 목동, 여의도, 1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는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정책 성패에 대해 아직 예단할 수는 없고 순차적으로 나오는 대책들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