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승리의 비결은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판을 깔고 그 판에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430여년전, 왜군을 상대로 백전백승을 거뒀던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다.
하지만 총선을 단 5개월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전략은 이와 비교하면 외통수에 몰렸다. 김포시 등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몇 곳의 '서울 편입론'을 내세우면서부터다.
국민의힘 제안으로 불거진 이번 '서울 편입론' 이슈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논쟁이다. 유권자 표심을 감안하면 지역적으로 더하고 빼서 '제로'나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어느 한 쪽이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닌 것이다. 정치공학으로 바라보아도 아무 의미 없는, 쓸데없는 짓이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사무총장 사퇴 19일 만에 다시 주요 당직을 맡게 됐다는 점, 이 이철규 의원이 대표적 친윤계 의원으로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린다는 점, 이 의원이 '서울 편입론' 구상을 주도하는 등 총선 밑그림을 짰다는 평가를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총선 전략이 더욱 모호해 보인다.
승리하려면 적과 아군을 가르면서, 동시에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어젠다를 던져야 한다. 구도는 국민 민생·복리를 온갖 법규·규제로 가로막는 '거대야당'으로 잡고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3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격려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지난 4년간 더불어민주당이 170석 가까이 점유하면서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 하나씩 어젠다로 만들고 왜 이들의 국회 재입성을 막아야 하는지 온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든 검수원복이든 9·19 남북합의 효력 정지든, 거대 귀족노조 비호가 아니라 노동기득권 해체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든, 민주당을 특권·기득권을 비호하는 상징으로 겨누고 온 국민이 질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윤 대통령이 그토록 바라는 3대 개혁을 정면으로 가로막은건 다름아닌 야당이다. 이들이 국회를 장악해서 그렇다.
가령 '국민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행위'라고 프레임을 잡고 대대적인 구조 개혁에 들어가겠다고 천명하면, 명분에 약한 중도층은 자연스레 대통령과 여당 편을 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이길 수 있는 명분, 이길 수 밖에 없는 판을 까는건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몫이다. 어젠다 설정과 이슈를 던지는 것에 있어선, 대통령의 발언 파급 효과·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특정 시민단체가 빨대를 꽂고 있는 정부 지원금 제도도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 국회가 이와 관련해 어떻게 비호해 왔는지 하나씩 자세히 밝혀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코로나 사태 당시 2년간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많은 방역 규제를 통해 국민 민생을 파괴하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유도했는지도 또다른 이슈다.
정권 교체를 불러일으켰던 부동산 규제도 마찬가지다. 검수완박으로 인한 민생 피해도 직접 소송을 겪는 국민 입장에서 막심하다.
'상대방은 악이고 우리는 선'이라는 도덕적 명분에서 충분히 우위에 설 수 있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은 아직 이러한 전략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적을 설정하고, 그 적에 대해 온 국민이 갖는 공통적인 정서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여당은 '빵점'이었다. 현 정부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좌우할 총선까지 불과 5개월 남았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