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내년 경형·중소형 전기차가 연이어 출시될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가 최근 성장세가 둔화한 전기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저가 전기차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고,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3만665대다. 전년 동기(13만6400대)대비 4.2% 줄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 차 대비 비싼 차량 가격과 보조금 감축,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지지부진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연이어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는 등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볼보자동차 프리미엄 순수 전기 SUV, 볼보 EX30./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는 지난달 28일 'EX30'을 국내 최초 공개하고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EX30'은 5인승 순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다. 볼보는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도록 'EX30'의 가격을 4000만 원대로 책정했다. 이 가격은 독일, 영국, 스웨덴 등에 비해 각각 1054만 원, 1294만 원, 1234만 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EX30'의 파워트레인은 69kWh 배터리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200kW 모터를 결합해 후륜 기반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최대 475km(WLTP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10~80%까지 약 26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최대 153kW의 DC 충전을 지원한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큰 틀에서 전기차 트렌드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EX30'은 상품 경쟁력과 안전 사양,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며 "EX30을 필두로 연간 3만 대 이상 판매하는 메이저 브랜드로 자리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내년 2분기 말 소형 전기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EV3', 그리고 같은 해 4분기 말 준중형급 세단 'EV4'를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기아는 EV3, EV4 등 중소형 모델을 3만5000∼5만 달러의 가격대로 출시해 전기차의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저렴한 EV3는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0월 경기 여주시의 마임비전빌리지에서 개최된 '2023 기아 EV데이'에서 "기아의 전동화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높은 가격, 충전의 불편함 등 우려 사항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지난달 공장을 멈추고 캐스퍼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퍼 전기차는 내년 봄 시험 생산을 거쳐 7월부터 본격 양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보급형 전기차'로 가격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전기차 대중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연기관 차 대비 비싼 차량 가격과 보조금 감축,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나 배터리 화재 문제 등은 점점 해소될 것이고, 문제는 가성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저가 모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아직 반값 전기차까지 닿지는 못했지만 저가형 전기차들이 출시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면서 "저가형 전기차 출시는 전기차 대중화의 시작점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업체들이 가격를 낮추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