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두고 노사 간 기나긴 대치 끝에 내년 최저임금도 기존과 같이 단일 적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결정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으로 인해 소란이 일자, 경영계는 "향후 회의 참여 여부를 신중히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류기정(왼쪽 두 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류기섭(오른쪽 두 번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2일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내년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사진=유태경 기자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이 모두 참석했다.
논의를 지속했음에도 노사 간 타협점을 찾을 수 없어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앞서 경영계는 택시 운송업과 체인화 편의점, 한식·외국식·기타 간이 음식점업 등에 대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등이 다수 분포해 있는 일부 업종에라도 우선 적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해당 업종들은 1인당 부가가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수용 능력이 가장 열악하다"며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코로나 초기인 4년 전보다 절반 이상 늘었고,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의 지불 여력은 이제 정말로 한계"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해도 적용 업종의 사용자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광산이 속한 태백시는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데, 아무리 임금을 낮게 지급해도 해당 산업과 지역경제 사양화만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는 경영난과 인력난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경영계가 주장한 업종 경영난과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인 불공정 거래와 비정상적인 임금 구조, 과다 경쟁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논의 끝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해당 사안은 결국 표결에 부쳐졌는데, 표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이 투표용지를 찢는 등 투표 방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위원 측은 회의 종료 후 입장문을 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의사봉을 뺏고,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을 상대로 협박하고, 투표용지를 탈취해 찢는 등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 진행을 방해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위원들은 이러한 민주노총 위원들의 강압적 행사가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된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며 "회의 진행과 절차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인재 위원장 또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날 표결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이러한 행동이 재발될 경우 발언 제한과 퇴장 명령 등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8차 전원회의는 오는 4일, 제9차 전원회의는 9일, 제10차 전원회의는 11일 각각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