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는 현 경영진들이 부당대출에 대한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감독 수장이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만큼 이들의 제재에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재검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 의혹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금융당국에 보고를 누락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9~10월 특정 영업본부장이 취급한 부실 여신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자체 감사에 착수했고, 3월 감사종료와 4월 자체 징계 후에도 감사 결과를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42건,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350억원은 통상 기준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며,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단순한 여신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해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해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관련 내용을 작년 9월께 이미 인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감리부서가 지난해 9~10월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경영진에 보고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임종룡 회장 등 지주 경영진도 올해 3월께 감사 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 자체뿐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응절차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금융에 대한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당국의 조사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독 당국 수장이 이례적으로 현 경영진을 겨냥해 제재를 시사한 만큼, 이와 관련된 입장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공급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이 )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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