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부터 금융 당국이 대출 조이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사진=연합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4.75~5.0%로 조정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대규모 금리 인하 조치이며, 미국 경제가 과열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도 이에 따라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9월에 이어 10월에 금리인하를 한 차례 더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금리인하 기조가 펼쳐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화한 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하가 어떤 식으로든 상호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당국은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경우 스트레스 DSR 1단계에서 8억 2150만 원을 대출하던 것이 2단계에선 7억 2850만 원으로 9300만 원 감소했다. 다른 주요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은행의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수도권 주택구입 자금 대출 억제도 부동산 과열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증가액은 4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달 8조 9115억 원의 45%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급등세를 멈출 조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사이 0.16%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주(0.23%)보다 크게 줄며 올해 초부터 지속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다시 상승세를 높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수 대기자들이 저평가 단지의 선별 매입 움직임을 보일 수 있지만 당국의 대출 규제 의지가 강해 금리 인하 만으로는 억제 심리를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매수가 부담스러워진 데다 대출 규제로 오히려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 폭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까지는 관망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부동산 시장 흐름을 고려해 기준금리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의 부동산 과열 억제 방침에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진 만큼 9월 이후 주춤하던 서울아파트 거래가 다시 꿈틀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서울 집값이 올라갈수록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늦어질 것이며 인하 폭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서울 집값 추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0.5%p가 아닌 0.25%로 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더 내려도 2%이하 저금리가 아닌 2% 중반 대 중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정부의 대출규제는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은행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금리는 내리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내년 7월 예정되어 있는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조기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출 규제는 부동산 하락 요인,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상승 요인이며,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보합세를 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해 만약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경우 한은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다소 늦추고 추가적인 대출 규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저평가라고 판단되는 단지에 대한 선별 매수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초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지속 상승하며 형성된 기저 심리가 있어 저평가된 단지나 급매를 잡는다면 향후 시세 '키 맞추기' 현상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