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배달앱 등장 이후 약 14년이 흐른 현재, 국내 외식시장에서 배달앱은 양면적 특성을 갖는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없으면 불편한’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반면 배달 중개 수수료를 올려 갑질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같은 메뉴를 배달 주문하면 더 비싸게 받는 ‘이중 가격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외식업계와 배달앱 간 ‘외식물가 상승 주범’ 책임 떠넘기기 공방에 불이 붙었다. 업체들의 줄다리기에 최종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대안은 있는지 진단해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외식업계 ‘이중 가격제’ 논란이 배달 플랫폼 간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가맹본부(본사)들의 연합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배달의민족’이 독과점적 지위에서 배달앱 이용료를 2차에 걸쳐 대폭 인상하는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배달의민족(배달)' 가격 횡포 신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협회는 배민을 공정위에 고발할 예정이다./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공
앞서 정부 주도로 배달 앱 4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가 구성됐다. 지난 24일 5차 회의가 열렸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상생협의체에서 빠졌다.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정부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대폭 인하한 반면, 배달앱 이용료에 대해서는 배달앱 회사가 대폭 인상해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전문가들도 신용카드 수수료나 배달앱 이용료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이 아니라 독과점사업자가 정하는 가격을 자영업자들이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외식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배달앱을 지적하자, 플랫폼들도 반박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지난 26일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며 “최근 매장용보다 배달용 메뉴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마치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경쟁사를 저격했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은 수수료율 인하 관련 ‘전향적인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가맹사업을 하는 프랜차이즈와 플랫폼들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와중에 정작 소비자 부담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중가격제 도입에 따른 가격차를 판매자가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21년 배달과 매장 제품이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명확하게 알리라고 업체들에 권고했지만, 여전히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무료배달 경쟁으로 배달 앱 중개 수수료와 음식점의 이중가격까지 소비자가 다 부담하는 구조”라며 “상생협의체와 더불어 ‘공공 배달앱’ 활성화 얘기도 나오는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수수료율이 얼마냐 보다는 배달비를 지불하는 주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수수료율 인하가 아니라, 배달비를 부담하는 주체가 어디인지 투명하게 발라내는 접근을 해야 한다”며 “배달은 편의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 배달비와 메뉴 판매 가격을 아예 분리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배달앱 가격·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음식점의 58.8%가 매장과 배달앱 내 가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상공인 상당수는 배달앱 중개수수료·광고비 인상 시 음식 가격과 배달비를 올리는 등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개 민간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하거나 광고비를 인상한 경우, 각각 49.4%와 45.8%의 소상공인이 음식 가격 또는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인상하거나 음식의 양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음식배달이 중국집 정도가 전부였다. 배달기사를 채용해 직접 비용을 들여 고용했지만 대부분 음식점은 이러한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배달비용을 소비자는 음식점이나 배달앱에서 내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지만, 음식점이나 배달앱 모두 수익 창출에 몰두해 있다보니 소비자에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용이 상승되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 당하고 양쪽 업계 모두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상생할 수 있는 법안 마련 등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