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지난 26일 열린 22대 국회 정기회 본회의에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27일 논평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그간 환경단체와 지역대책위들이 요구해 온 제도 개선 방안과는 관계 없는 제도를 후퇴시키는 개정"이라며 "'개발'이라는 무소불위식 권력 앞에 버팀목을 잃은 환경정책과 제도를 또 다시 목격한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사업 추진 시 환경영향 정도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및 협의 절차를 차등화해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행 제도에서는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심층평가로, 환경에 경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신속평가 대상으로 구분한다.
녹색연합은 신속평가 대상으로 분류 시 환경영향평가 절차인 ▲환경영향평가 항목·범위 등의 결정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 ▲주민 등 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및 협의 요청 절차 등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심층평가로 분류된 사업 대상지는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큰 지역이 포함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합동현지조사나 갈등조정협의회 개최와 같은 유의미한 장치도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결국 신속평가라는 이름으로 환경영향평가 절차 생략 근거를 마련한 개정안이라는 것이다.
또 사업자에 이의 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환경부 권한을 개발 사업자에게 일부 삭제 당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이의제 신청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묵살돼 왔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저가 대행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 발주 시 환경부 장관이 고시한 환경영향평가 대행 비용 산정 기준을 준수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것이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부분적인 것"이라고 했다.
저가 발주는 환경영향평가 부실을 초래했지만, 거짓부실평가서 작성 근본 원인은 사업자가 직접 발주하고 대행자가 대신 작성하는 구조에 있어 사업자 우위의 환경영향평가 대행 체계에 의한 평가서의 독립성 침해가 환경영향평가 객관성과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시키고, 환경부 장관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조정 요청 권한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은 사업자가 불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법을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경직된 것으로 해석하며 제도 완화를 요구해 온 개발사업자들의 요구가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놓이고 있는 현실에서 국회의 역할은 매우 중대하다"며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도록 개발사업 과정과 환경영향에 대한 국민 알 권리가 보장되고, 그 과정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 확보되도록 국회가 법률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