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 교수와 2009년 부터 항공대 무인기 연구 주도
개발 기체 추락은 연례 행사…실험 중 연구팀 부상도
비행 중 상공서 통신 두절…실시간 중계 계획 무산되기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태양광 무인기 개발은 시행착오의 산물입니다."

한국항공대학교의 태양광 무인기 'KAU-SPUAV(Solar Powered UAV)-2019'가 지난 9일  울진-독도 상공 왕복 비행에 성공했다. 개교 70주년에 맞춰 태양광 무인기 실증에 성공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항공대 무인기 책임자는 배재성·박상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다. 두 교수는 2009년 프로젝트에 착수해 13년 동안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미디어펜은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소재 한국항공대에서 배 교수를 만나 태양광 무인기 개발 스토리를 들어봤다.

   
▲ 배재성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교무처장)이 교내에 설치된 대한항공 A300-600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배 교수는 "원래 작년에 띄울 준비를 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비시계 비행'이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첨단항공과·부산지방항공청·항공안전기술원 등 관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로 올해 실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GPS나 자세 센서 등의 부품은 구입해 장착했지만, 비행 제어 컴퓨터(FCC) 등 시스템 구성은 자체 설계했다"며 "태양광은 항공전자와는 거리가 멀고, 신재생 에너지의 일종인 만큼 매우 고생했다"며 웃었다.

태양광 셀을 직접 배열하고 패킹까지 하는 등 연구팀은 KAU-SPUAV-2019를 제작해 하늘에 띄우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선 연구팀은 구름 낀 저고도에서 실험을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큰 기체를 띄우기 어려웠고, 제한된 예산도 고려해야 했다. 기체가 7~8kg 가량 되면 핸드 론칭도 힘들어 소형기에 집중했다.

   
▲ 독도 상공 태양광 무인기 비행에 성공한 배재성·박상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백사장에서 'KAU-SPUAV-2019' 주위에 나란히 서있다./사진=한국항공대학교 제공

여러운 여건속에서 연구팀은 기술을 쌓아왔다. 2020년 32시간 19분, 2021년 56시간 33분 비행에 성공하며 국내 태양광 유·무인기를 막론하고 최장 항속 시간을 경신해왔다.

이들은 항공 전문가들이었지만 개발해둔 기체가 연간 1대씩 추락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2019년 모델은 2020년에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탓에 바다에 추락했고, 건지지도 못했다고 한다. 모든 기체는 수작업으로 제작되고, 대당 제작비는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박 교수는 "초기에는 비행 실험 중 떨어지는 경우도 잦아 기체 손상도 입었고, 우리도 부상을 당했다"며 "그러면서도 날개 길이 2m, 3.2m, 3.6m, 4.2m, 3.3m, 5.6m 등 각종 크기의 기체를 제작해봤다"고 회고했다.

연구팀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7시간 가량 비행이 가능한 3.2m짜리 무인기는 이노팸에 납품했고, 최종적으로 제주도청이 구입했다. 이 무인기는 해안 감시·농작물 작황 확인 등에 활용되고 있다.

   
▲ 태양광 무인기 'KAU-SPUAV-2019'가 비행 중 촬영한 독도 서도·동도./사진=한국항공대학교 제공

배 교수는 "멀티콥터는 10~30분 밖에 체공할 수 없지만 우리가 개발한 기체는 이미 2020년 8월 초에 제주공항 공역만 제외하고 시계 방향으로 160km 가량 3시간 동안 날아 제주도 일주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이번 독도 비행 중 가슴 졸였던 사연도 소개했다. 연구팀이 이번 무인기를 띄운 곳은 경북 울진 소재 항공대 울진비행훈련원 인근 기성망양해수욕장으로, 독도까지 직선 거리는 약 220km다.

위성 통신 모듈을 탑재한 태양광 무인기는 새벽 3시 30분에 하늘로 날아 올랐다. 초반 140km 구간까지 순항했다. 그러나 목적지를 80km 가량 남겨둔 오전 8시 29분 쯤 교신이 두절됐다. 당초 독도 도착 시간으로 예상했던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에도 기체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연구팀원들 사이에서는 망망대해상에서 기체를 또 잃었다며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오후 3시 40분 경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인기가 목적지에 도착해 독도에서 선회 비행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낙담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배재성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교무처장)이 교무처장실에서 태양광 무인기 ''KAU-SPUAV(Solar Powered UAV)-2019' 개발 뒷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배 교수는 "결론적으로는 통신 시스템 상의 문제였고, 기체 설계상의 결함은 없던 셈"이라며 "통신이 정상적으로 됐다면 유튜브 등을 통한 실시간 중계도 하려고 했지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이를 대비해 연구팀은 고프로를 기체에 달아 비행 경로를 녹화해오기도 했다.

이처럼 숱한 연구·개발·실증 단계를 거쳐왔지만 박 교수는 정작 자신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연구비 부족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이번 무인기 실증 성공에 대해 배 교수는 "정말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박 교수와 수많은 대학원생들과 열정을 갖고 의기투합해 이뤄낸 성과라서 더욱 의미있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태양광 무인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모듈화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생산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대규모 비용을 수반한다. 배 교수는 "우리는 태양 전지·통신 시스템 관련 인력이 필요하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